[대학저널 황혜원 기자] 1991년 노동부가 설립한 국책대학으로 출범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고급 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우수 훈련교사 배출’이라는 설립 목표를 넘어 전국 최상위권 취업률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학부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개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기술교육대는 ‘실천공학교육과 평생직업능력개발의 글로벌 선도대학’을 새 비전으로 설정했다.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 고유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국가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2019년부터 한국기술교육대를 이끌어 온 이성기 총장에게 대학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 제9대 총장으로 취임한지 올해로 4년이 됐다. 그간의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스마트러닝팩토리 개관, 융합학과 활성화, 고용서비스정책학과 신설, 스마트직업훈련플랫폼 STEP 정착 등을 취임 당시부터 주요 과제로 추진해 왔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온라인평생교육원을 중심으로 2019년 10월 개통한 STEP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현장 강의가 중단된 초유의 상황에서도 국가의 직업훈련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직업훈련기관의 스마트혼합훈련 인프라 구축과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취업특강, K-Digital Plus 사업 등을 지원한 결과, 지난 2년여 팬데믹 기간 동안 500만명의 학습자가 STEP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기술교육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평생능력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대외적 성과로는 한국경제신문의 이공계대학평가에서 취업률과 현장실습 참여학생 비율, 창업강좌 이수 학생비율 등 3개 부문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3년 연속 ‘교육중심대학’ 1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2019년 산업통산자원부의 ‘소재부품장비 기술인력양성사업’, 2021년 교육부의 ‘4단계 BK21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 지난해 개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실천공학교육과 평생직업능력개발의 글로벌 선도대학’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는데.
“한국기술교육대는 정부가 설립한 국책대학으로 인재양성 책무와 함께 공공기관의 국가평생직업능력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정체성과 역할을 담아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인재의 요람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비전 실현을 위해 4C 핵심가치로 창의(Creativity), 공헌(Contribution), 협력(Collaboration), 소통(Communication) 등을 선정했으며, 4대 전략방향으로 ▲미래지향 교육가치 창출 ▲평생직업능력개발 HUB 역할 강화 ▲사회가치 기반 실용연구와 상생협력 활성화 ▲지속가능 경영 실현을 수립했다. 협력과 소통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인재를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 한국기술교육대는 높은 취업률로 유명하다. 취업률 제고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은 어떤 것들이 마련돼 있나.
“한국기술교육대는 교육부의 대학알리미 취업률 공시에서 매년 전국 4년제 대학 중 최상위를 차지할 만큼 취업 최우수 대학으로 정평이 나 있다. 취업률 통계를 시작한 2010년부터 매년 80%를 상회하는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실무중심의 특성화된 공학교육모델, 장기현장실습제도, 체계적인 취업지원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기술교육대는 학생들의 효율적인 진로·취업지도를 위해 학생정보와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학생종합경력개발시스템(STEMS)’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직무, 직종에 따른 다양한 취업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학생 주도의 자기분석, 진로설계·경력 관리를 돕는다.
학생들은 대학이 제시하는 1~4학년 단계별 권장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이를 STEMS에 등록한다. 진로·취업전담 교직원은 STEMS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취업에 대한 정보를 상시 열람·분석해 진로지도에 활용하고 있다.”
- 지역사회, 기관 등과 연계한 PBL, 캡스톤디자인 등의 교육이 중시되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의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한국기술교육대는 5대 5 비율의 이론·실습 교과과정, 산업현장 지향 교육, 실무경력 3년 이상의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진, 100여개 LAB실 24시간 개방, 체계적인 장기현장실습제도 운영, 졸업연구작품 제작 등 차별화된 공학교육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졸업연구작품 제작은 개교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된 전통이다. 학생들의 전공지식 활용과 문제해결 능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매년 200점 이상의 작품을 전시해 산업계와 지역사회로부터 우수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융·복합 교육을 위해 융합학과를 설치해 ‘AI·빅데이터’, ‘메타버스’, ‘스마트팩토리’ 3개의 스페셜트랙을 운영 중이다. 모든 학생은 자신의 전공에 스페셜트랙을 융합할 수 있으며, 트랙 내 5개 교과목을 이수하면 졸업 시 부전공 수준의 마이크로디그리를 받는다.
지난해부터는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팅사고, 문제해결과 프로그래밍 등 SW과정을 필수 이수하도록 해 디지털역량을 갖춘 ‘AI/SW+X(전공능력)형’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 ‘다담 미래학습관’ 건립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기대하는 바와 남은 임기 동안의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다담 미래학습관은 최첨단 실습, 연구시설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5층의 연면적 9242㎡ 규모로 올해 말 완공된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해 선정한 8대 핵심산업(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핀테크, 에너지, 스마트공장, 초연결지능화, 스마트팜)에 따라 미래형 자율주행차, 스마트러닝팩토리, 인공지능(AI), 데이터 사이언스, 수소연료전지, 2차 전지, 지능형로봇 등 분야별 최첨단 실습실이 조성된다.
급격한 기술 발전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사회는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기술교육대는 미래교육 혁신을 위해 연구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첨단 요소기술 중심의 융합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 표준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개별적, 수준별 맞춤 학습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에듀테크가 활용된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교육을 실현하고 싶다. 스마트직업훈련교육플랫폼 STEP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교육은 물론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텔레이머전, 홀로그램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한 온라인 인터랙티브 강의실과 홀로그램 강의실, 확장현실 체험관 등이 다담 미래학습관에 구축되고 있다. 첨단·신기술 분야의 실습과 연구 활성화를 통해 한국기술교육대의 미래교육 혁신을 이루고, 교육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
- 공학교육 이외에도 고용서비스정책학과, 산업안전공학과, 산업안전정책 최고경영자과정, 평생직업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의미가 궁금한데.
“한국기술교육대는 국책대학으로서 국가정책을 지원할 책무를 지녔다. 대학 내부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으며, 국내 대학 최초로 학부과정에 ‘고용서비스정책학과’, 대학원 과정에 ‘산업안전공학과’와 ‘산업안정정책 최고경영자과정’을 신설했다.
고용서비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전국 174개 고용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직원은 3200여명에 불과하다. 독일이 9만5천명, 프랑스가 5만5천명, 일본이 2만7천명의 상담직원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로, 고용서비스 분야의 인력 확충과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음에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OECD 회원국 최상위권이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 산업현장의 안전관리체계 정착을 위한 산업안전관리 전문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사회 고용과 산업안전 분야를 뒷받침하는 전문 인력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대학은 고용서비스정책학과를 장기적으로 독일의 ‘고용서비스 특성화대학(HdBA)’, 프랑스의 ‘고용서비스 역량강화센터(CIDC)’, ‘고용서비스 경영대학’과 같은 대표적 고용서비스 전문 교육기관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2024년 학부에 ‘안전공학과’를 신설해 산업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우수한 산업안전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 고등교육 전반에 어려움이 많다. 현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대학 정원 미달, 수도권-지방의 교육 여건 불균형, 고등교육에 대한 낮은 공교육 투입비, 획일적인 대학 평가 방식 등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등교육 재정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본다.
한국의 고등교육 재정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0.7% 수준이며, 학생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0.5%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인 1.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상향하기 위해서는 5조~6조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현재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약 60조원의 초·중·고교 예산의 일부를 전환하는 동시에 고등교육 예산 확충을 위한 관련법 제정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국가의 장기적 지원을 통해 지방대를 강소대학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수도권 대학 편중에 따른 대학 서열화가 공고해지면서 지방대는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를 마주하고 있다. 지역의 젊은이들이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지역경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역사회 발전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인력을 지역 대학에서 충당하는 등 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과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 대학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총장 취임 당시 ‘대학은 학생들이 더 나은 내일로 가는 희망계단이 돼야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총장이 계단의 가장 밑 부분을 구성하고, 구성원들이 합심해 한 계단씩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각오를 달성하기 위해선 조직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며, 현재 대학 사회가 직면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한 강도 높은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 구성원들에게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면 프라이가 된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을 둘러싼 여건이 어렵다. 위기의식만으로는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학이 제시하는 비전에 대학 구성원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도 힘써주길 희망한다.”
■ 이성기 총장은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런던정경대(LSE) 노사관계학 석사, 숭실대 IT정책경영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고용노동부에 첫 발을 내딛고, 대통령비서실 복지노동수석실 행정관, 노동부 혁신기획관·국제노동정책팀장·인천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공공노사정책관·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 이사, 제6대 고용노동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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